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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더(Order) - 고전건축의 주두 장식/ 도리아식(Doric), 이오니아식(Ionic), 코린트식(Corinthian)

서양건축사

by GoldenRain 2023. 6. 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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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신전건축의 세세한 부분까지 알게 된 것은 로마시대의 건축가인 비트루비우스(Marcus Vitruvius Pollio)가 건축십서(Ten books)라는 책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건축십서에 저술된 내용을 토대로 고전건축의 주두, 즉 기둥 머리에 장식하는 오더의 종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오더 양식간의 차이는 비례의 차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장식 자체도 명확하게 구분되지만 건축십서에서는 비례의 측면에서 주로 언급됩니다.  
 

신전건축과 주두장식

그리스와 로마시대에는 신전건축물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신전건축의 전체적인 구성에 대해서는 이전 블로그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스 로마의 신전 건축/ 신전의 구성 요소

 파르테논 신전의 시각 교정술

 

George E. Koronaios, CC0, via Wikimedia Commons

 
 
위 사진은 파르테논 신전입니다. 기둥 머리부분의 장식을 주두(Capital)라고 하는데 건축십서 제4서에는 3가지 전형적인 장식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기둥의 형태에 따른 세 가지 양식, 즉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 중에서는 도리아식이 제일 먼저 생겨났다.(p.130)

 
파르테논 신전의 주두가 이오니아식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오더 양식간의 차이는 비례의 차이이고, 단적으로 말하면 도리아식은 굵은 기둥, 이오니아식은 중간 굵기, 코린트식은 가는 기둥의 비례로 만들어집니다. 장식적인 측면도 큰 차이가 있지만 건축십서에서는 비례의 차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래 도판을 보시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Meyers Kleines Konversationslexikon (원본) Evlper (translation),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도리아식 - 남성

건축십서에서는 도리아식의 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구조를 축조하기 위하여 깊이 연구하였다. 연구의 결과 남자의 발자국을 신장와 비교하여 볼 때 신장의 1/6임을 발견하고 이를 기둥에 적용하여 주신의 상부를 어떤 굵기로 하든 그 6배만큼 주두를 포함한 기둥의 높이로 하였다. 이리하여 도리아식의 기둥이 남자 신체의 비례와 강건함과 아름다움을 나타내게 되었던 것이다.(p.132)

 

이오니아식 - 여성/ 부인

건축십서에서는 이오니아식의 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후에 다이아나(Diana) 신전을 새로운 형식의 외관으로 건립하고자 이번에는 발자국을 여인의 가는 몸에 맞추었고 더 높이 보이게 하기 위하여 처음으로 기둥 굵기를 높이의 1/8로 만들었다. 밑부분에는 물받이(Shoe) 대신 주초(Base)를 놓고, 주두에는 좌우에 동그랗게 말린 머리털과 같이 늘어진 와권(Volute)을 놓았으며, 시마티아(Cymatia; 반곡선)와 과일의 장식용 꽃줄을 배치해서 전면을 장식하고 주신 전체에 여자 의상의 주름과 같은 둥근 홈을 세로로 넣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장식 하나 없는 적나라한 남성적인 아름다움과 여성의 섬세함을 표현해 주는 장식이 비례를 통해 성격상 확고하게 구별되는 두 가지의 기둥형식을 고안해 내었던 것이다.

 

Jebulon, CC0, via Wikimedia Commons

 
그래서 이오니아식 오더는 여성다운 이미지로 사용되고 주노, 디아나, 바쿠스와 같은 신과 연결됩니다. 도리아식과 코린트식의 온화한 중간단계 성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오니아식 오더는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모서리에 있는 주두를 변형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모서리에 있는 기둥은 양쪽 방향에서 모두 보이기 때문에, 양쪽 방향 모두 소용돌이 무늬가 보여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죠.
 

이오니아양식에서 모서리 기둥의 변형된 형태


 

코린트식 - 처녀

건축십서에서는 코린트식의 기원을 다소 서정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후세의 사람들은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섬세한 쪽으로 치우쳐 가늘고 긴 비례를 좋아하였으므로 직경의 7배를 도리아식 기둥의 높이로, 9배를 이오니아식 기둥의 높이로 정하고 이오니아인이 변화시켜 처음 만든 형식을 이오니아식이라고 이름지었다. 제3 양식인 코린트식은 장식용으로 다욱 아름다운 효과를 얻기 위하여 나이 어린 소녀의 섬세함, 가냘픔을 모방하여 만든 것이다.

코린트식 주두는 다음과 같은 계기를 통하여 고안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코린트 지방의 어떤 소녀가 결혼적령기에 달하였는데 그만 병으로 사망하였다. 장례 후 그녀의 유모는 소녀가 생전에 좋아하던 것을 모아서 바구니에 넣고 묘지로 가지고 가서 묘 위에 올려 놓은 후 바구니가 오래 유지되도록 기와로 덮어 두었다. 이 바구니는 우연히 아칸서스(Acanthus)의 뿌리 위에 놓였는데 봄이 오자 아카서스의 뿌리는 바구니의 무게에 눌리면서도 중간에서 잎과 덩굴이 뻗었고, 이 덩굴은 바구니에 엉켜서 성장해 가면서 기와에 눌려 그 가장자리에 소용돌이(Volut)형의 곡선이 만들어졌다.

마침 묘지 근처를 지나던 칼리마쿠스(Callimachus)라는 사람 - 이 사람은 우미하고 섬세한 대리석 세공을 해서 아테나 사람들에게 카타테크노스(기술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뜻)라고 불렸음 - 이 바구니와 그것을 싸고 있는 잎사귀의 아름다움을 보고, 그 형태에 끌린 나머지 여기에서 착안하여 코린트인을 위한 기둥을 만들고 비례를 정하였고, 이로써 코린트식이라는 새로운 양식이 탄생되었던 것이다.’(p.1323)

 

아칸서스/&amp;nbsp;Daderot, CC0, via Wikimedia Commons

 

제우스 신전,&amp;nbsp;Jebulon, CC0, via Wikimedia Commons

 
 

5가지 오더

앞에서 보신 것처럼 당초 건축십서에서는 3가지 오더만 존재했습니다. 사실 비트루비우스는 오더(Order)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르네상스 시대의 저술에서 오더라는 용어가 사용됩니다. '건축의 5 오더의 규칙'이라는 책이 대표적입니다. 
 
아래 사진은 클로드 페로(Claude Perrault, 1613년 - 1688년)가 제시한 5가지 오더를 나타냅니다. 페로는 17세기 프랑스 사람으로 의사이면서 건축가였고, 당시 비트루비우스의 건축적 저서들을 프랑스어로 번역해서 후세에 남겼습니다. 
 

Wikipedia Loves Art participant "Opal_Art_Seekers_4", CC BY 2.5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5>, via Wikimedia Commons

 
오더의 종류는 3가지에서 르네상스시대에 2가지가 추가되어서 5가지가 되었습니다.
 
15세기에 활약했던 건축가이면서 건축이론가이기도 했던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 1404년 2월 14일 - 1472년 4월 25일)가 저술한 '건축론'이라는 책에 한 가지가 추가됩니다.  '이탈리아식(Composite order; 콤포지트식이라고도 함)'이라고 하는데, 이오니아식의 소용돌이 문양과 코린트식의 잎사귀 장식을 혼합한 방식입니다.
 

콤포지트식 오더,&amp;nbsp;L&amp;eacute;on Davent, CC0, via Wikimedia Commons

 
16세기에는 '토스카식'이 추가됩니다. 이 '토스카식'은 도리아식보다 훨씬 두꺼운 양식이 되고, 당초 이탈리아식은 코린트양식과 같은 두께였는데 훨씬 더 장식적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Converted to PNG and optimised by w:User:stw.,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그래서 위 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둥의 두께에 따라 나열하면, 토스카식,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 콤포지트식이 됩니다.
 

의인화와 자의성 

어떻습니까. 건축물을 의인화해서 바라보는 관점이 꽤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즉 건축물을 사람(남성, 여성, 처녀)에 빗대 바라보고, 또 그런 관점에서 건축물을 장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건축물을 사람에 빗대서 바라보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당연한 것은 아닐 겁니다. 오늘날 성의 관점도 다양해져서 인간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이분화해서 바라보지는 않지요. 남성과 여성으로 이분화해서 성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 건축물을 인간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것 자체가 어쩌면 편협한 사고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건축물을 의인화해서 바라보는 것이 꼭 나쁘다는 뜻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관점은 우리의 사고에 뿌리깊에 새겨져 있어서, 저 건축물은 남자답다, 저 건물의 장식은 참 여성스럽다고 등등 의인화된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은 거의 본능적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런 방식과 함께 다른 관점도 있다는 것을 항상 전제하면서 바라봐야겠지요.
 
비트루비우스의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건축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상당히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만약 비트루비우스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장인이 묘지 근처를 지나가다가 바구니를 감싸면서 자라고 있는 아칸서스 나무를 보고 코린트식 장식을 만들어낸 것이 됩니다. 거기에는 필연성이 없습니다. 우리가 지나가다 우연히 만나는 모든 것들이 건축물을 구성하고 장식하는 모티프가 될 수 있다(자의성)는 뜻이니까요. 다만 그렇게 모든 것들은 건축물이 될 수 있는데, 그 중 일부만이 아름다운 건축물로 인정받고 그 시대에 살아남아서 후대에 전해지고 생명력을 갖게 되는데..... 그런 생명력을 주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문제는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로마와 반원형 아치

 아치의 종류 - 코벨 아치/ 현수선 아치 등
▶ 돔(Dome) 구조 - 펜덴티브와 판테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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