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가 올라가면 대부분의 물질은 늘어납니다. 건축물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이 똑같이 늘어나고 똑같이 줄어든다면 문제가 덜 하겠지만 재료마다 신축 정도가 다르고 형태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온도는 어떻게 건물에 힘을 가할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온도를 열역학적으로 보면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의 열운동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정의됩니다. 온도가 높으면 분자의 운동이 활발해지고 낮으면 수그러듭니다. 물질이 열을 받아 입자의 운동이 활발해지면 부피가 팽창하게 됩니다. 반대로 온도가 내려가면 수축하겠죠.
따라서 건축물은 뜨거운 낮에 늘어나고 밤에는 줄어듭니다. 건물이 늘어나고 수축해도 우리 눈으로는 그것을 식별할 능력이 없어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하루에도 온도는 계속 변하니까 건축물은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을 계속 반복합니다.
위 그림처럼 양쪽 건물 2층을 연결하는 다리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만일 다리 양쪽을 단단히 고정했다면 이 다리는 온도가 올라가도 늘어나지 못하고 눌리게 됩니다. 물론 양 옆에 있는 건물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입니다. 이때 이 다리에는 늘어나려는 변형을 억누르는 힘이 작용하게 됩니다. 즉 이 다리에는 압축응력이 발생합니다. 역으로 온도가 내려가면 줄어들 것이고 이번에는 반대로 인장응력이 발생합니다.
위와 같은 부재에 발생하는 압축응력과 반력을 어떻게 계산하는지는 다음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축방향력 - 온도 하중과 제작 오차/ 온도 영향에 의한 반력 계산
우리가 건물을 짓는 데 사용하는 모든 재료는 온도가 올라갈 때 늘어나는 길이가 다릅니다. 이것을 나타낸 지표가 열팽창계수입니다.
열팽창계수는 어떤 재료의 온도가 1℃ 변했을 때 단위길이 당 길이가 얼마나 변했는지 나타낸 값입니다. 즉 열을 받아 늘어나거나 줄어든 길이를 원래의 길이로 나누어서 계산한 것입니다.
모든 재료는 고유한 열팽창계수를 갖습니다. 일반 유리의 열팽창계수는 보통 9.0 X 10^-6/℃ 정도(0.000009)이고, 알루미늄은 23.8 X 10^-6/℃ 정도(0.000238)입니다. 콘크리트와 철근은 대략 1.0×10^-5 정도(0.00001)로 서로 비슷합니다. 서로 비슷하게 늘어나고 줄어듭니다. 따라서 콘크리트 속에 철근을 묻으면 서로 떨어지지 않고 함께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어떤 콘크리트 구조물의 길이가 100m이고 온도가 20℃ 상승했다면 얼마나 늘어날까요? 이 값을 계산하려면 전체 길이와 온도 변화량에 열팽창계수를 곱하면 됩니다.
100 × 1000mm × 20 × 10^-5 = 20mm
2cm 정도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콘크리트는 탄성이 없는 재료라 균열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만일 건물벽에 2cm 금이 갔다면 별거 아닌 일이 아닙니다.
이 균열을 억제하려면 철근이 필요합니다. 철근은 배치하면 균열을 억제하면서 잘게 나눌 수 있습니다. 철근을 여러 가닥 배치하면 그만큼 2cm의 균열은 잘게 나누어집니다. 균열이 눈에 보이지 않아 미관 상 보기에도 좋고, 균열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콘크리트 구조물에는 최소한으로라도 배치해야 하는 철근의 양을 정하고 있습니다.
▶ 최소철근비
온도응력은 탄성계수와 열팽창계수, 온도변화량에 비례해서 커집니다. 그리고 재료의 크기가 크다면 더 많이 늘어나게 됩니다. 유리도 온도에 따라 팽창하고 줄어들기 때문에 커튼월처럼 대형 유리를 외벽에 붙인다면 당연히 온도응력을 고려해야 합니다. 여름에 뜨거운 태양이 직접 내리쬐면 유리 온도는 더 올라가게 되고 유리 크기도 커서 길이는 더 늘어나게 된다.
1960-70년대에 지어진 초창기 유리 커튼월 건물 중에는 이 온도응력을 고려하지 못해 유리가 파손되고 공중에서 떨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온도는 건축물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한낮에는 옥상이 1층보다 뜨겁습니다. 건축물 맨 아래는 두꺼운 기초에 붙어 있는데다가 옥상보다 온도가 낮아서 많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반면 옥상은 직사광선이 내리쬐기 때문에 매우 뜨거워 많이 늘어납니다. 이처럼 건축물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늘어나는 정도가 다르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 구조물에는 다양한 줄눈(Joint)을 일부러 만듭니다. 콘크리트 재료 특성 상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부러 만드는 것입니다.
위 사진은 안도 다다오(Ando Tadao)가 국내에 설계한 건축물에서 발견한 균열입니다. 안도 다다오는 노출 콘크리트의 표현 수준을 끌어올린 유명한 건축가입니다. 그런데 길게 늘어선 노출콘크리트 벽체에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균열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뜨거운 태양열을 받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늘어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갈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설계가 잘 되었더라도 이렇게 균열이 나서는 보기에 민망합니다.
반면 위 사진에 있는 콘크리트 벽체는 균열이 없어서 깔끔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오른쪽 편에 보면 나무 그림자 옆에 일자로 굵은 선이 난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자세히 찍어보았습니다.
일부러 홈을 내서 균열을 유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줄눈을 조절줄눈(Control joint)이라고 합니다. 조절줄눈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벽체 두께의 30% 이상 파내야 합니다. 그러면 조절줄눈으로 균열이 집중됩니다. 균열을 한 곳에 모으면 보기에도 깔끔하고 구조적인 면에서도 훨씬 좋습니다.
ㄱ자형 건물도 온도응력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건물이 일자형태라면 같이 늘어났다가 같이 줄어들기 때문에 문제가 덜하지만 ㄱ자 형태 건물은 양쪽 날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늘어나고 줄어들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건물에 설치하는 줄눈을 신축줄눈(Expantion joint)라고 합니다. 이런 건물은 아무리 해도 균열이 발생할 테니 두 부분을 잘라서 나누는 것입니다.
우리가 건물을 지을 때 가장 많이 쓰는 콘크리트는 탄성이 없어서 균열이 잘 생깁니다. 고무처럼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능력이 별로 없어서 인장응력이 발생하면 균열이 생깁니다. 그래서 두 날개가 만나는 부분을 분리하는 게 낫습니다. 중구난방으로 금이 가는 것 보다는 처음부터 틈을 만들고 이 틈이 늘어났다 줄어들어도 별 문제없도록 관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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