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의 건축은 그 시기에 전개되었던 아르누보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가우디가 다른 아르누보 건축가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것은 자연에서 얻은 모티프를 거의 전면적으로 추구했다는 것입니다.
■ 가우디와 아치
가우디의 작품 중 이런 경향이 처음으로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카사 바뜨요(Casa Batlló)일 것입니다. 카사 바뜨요는 호세 바뜨요 카사노바스(Josep Batlló Casanovas)의 의뢰를 받아, 바뜨요가 소유한 저택을 완전 리모델링한 작품입니다.
가우디는 기존 건물에 새로운 모티프로 불어넣어 완전히 새로운 건물로 탄생시켰습니다.
정면의 파사드를 보면 1층에서 몰아친 파도가 위층으로 퍼져나가면서 지붕으로 퍼져나가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바다, 파도, 물결이라는 테마는 카사 바뜨요의 곳곳에 흘러넘치는 것 같습니다.
1층은 사무소로 사용되었고, 2층은 바뜨요 가문을 위한 주택, 3층부터는 임대 아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층 입구 홀에 들어서면 홀 아래쪽에 둘러쳐진 걸레받이나 계단의 걸레받이가 물결치는 모양의 목재로 가공되어 있습니다. 홀 주변으로 살랑살랑 물결이 치는 듯한 느낌인데다가 계단을 타고 역동적으로 물결이 넘실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계산 손잡이가 아래쪽에서 굽이쳐 쏟아오르는 소용돌이로 구성되어 있고 위층으로 역동적으로 연결되는 느낌을 갖습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천창에서 빛이 들어옵니다. 1층 홀은 상대적으로 어두운 공간이지만 계단을 따라 올라갈수록 천장에서 비추는 빛이 밝아지고 색감을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가우디는 방안 곳곳에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도록 천장을 배치했습니다.
이 천장 아래쪽에 빛이 밝게 비추는 곳에서 계단 난간이 소용돌이처럼 말려 올라가고, 분홍색 열매를 품은 식물이 꽃을 피웁니다. 1층에서 굽이치는 계단 난간을 따라 올라오다보면 나무로 된 난간이 생명이 있는 나무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내부 장식을 보면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역동적으로 물결치는 장식을 볼 수 있습니다. 2층 거실 홀에 들어가기 전에 장식된 벽면에는 잔잔한 물결치는 나무판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이 물결무늬는 때로는 평면적으로 때로는 입체적으로 표현됩니다. 2층 거실 입구의 문은 입체적으로 물결치듯 구부러져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2층 거실의 천장을 보여줍니다. 건물 전체에 굽이치는 물결이 이 한 점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2층 거실의 천장 조명에서 시작된 소용돌이는 점점 퍼져나가면서 다른 방들로 건물 앞쪽으로 퍼져나가는 것 처럼 연출한 것 같습니다.
2층 거실에서 시작된 소용돌이 물결은 다른 방에 천장에서 잔잔한 물결이 되어 펴져나갑니다. 아래에 있는 다른 방 천장을 보시지요.
건물 중앙에는 중정이 있고 위층까지 펑뚫려 있어서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이 각 층을로 서서히 퍼져내려옵니다. 그런데 가우디는 내부에 붙인 타일 색깔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저 높은 곳 천창 가까운 곳은 푸른색 타일로, 아래로 내려갈수록 색깔이 옅어집니다.
표면의 푸른색 빛깔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아래 사진은 건물 뒷면에 있는 작은 뜰으로 나가는 통로입니다. 출입구 앞에 가지런히 서 있는 두 개의 기둥이 문 앞에 막아선 든 호위하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건물 뒷편의 작은 틀에서 입구를 바라본 모습은 투박한 철망과 화분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뒤쪽 입면의 발코니를 보면 타일을 이용한 모자이크 장식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기법을 트렌카디스(Trencadis)라고 합니다. 가우디가 활약했던 카탈류냐의 전통기법이라고 하는데, 유약을 바른 타일 파편을 짜맞추어 만든 모자이크 기법을 말합니다. 배면에 있는 정원에는 트렌카디스로 장식한 조그만 우물이 있습니다.
가우디는 "그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그 지역에 잘 어울리는 건축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카사 바뜨요의 옥상에 올라오면 근육처럼 굽이쳐 올라온 굴뚝이 재미있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옥상 앞쪽에는 가우디를 상징하는 입체 모양의 십자가 거리를 향해 우뚝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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