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 같은 것은 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가우디는 말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자연을 둘러보면 자연에는 직선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 직선의 형태로 자연의 곡선 안에 자리 잡게 됩니다.
카사 밀라(Casa Milà)에는 직선이 거의 없고 대부분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카사 밀라는 카사 바트요와 함께 가우디의 자연주의가 가장 잘 표현된 건축물일 것입니다.
■ 가우디 건축 - 카사 바뜨요(Casa Batlló)
■ 가우디와 아치
카사 밀라가 완성되었을 때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라 페드레라(La Pedrera; 채석장)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지금도 카사밀라를 홍보하는 팜플렛에는 라 페드레라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카사밀라를 언뜻 보면 돌로 된 지층이 구불구불하게 쌓여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카사 밀라의 파사드를 보면 카사 바트요의 파사드가 확장돼서 발전된 형태라고 생각됩니다. 카사 바트요가 1층에서 시작된 파동이 상층부로 점점 줄어드는 식으로 표현되었다면, 가사 빌라는 파사드 전체가 파동치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 주변에 있는, 산과 구릉으로 된 지형인 콜세롤라(Serra de Collserola)와 티비다보(Tibidabo)의 형태와 모양에 대응해서 카사 빌라를 만들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바르셀로나 인근에 있는 몬세라트(Montserrat)라는 이름의 산과 그 밑에 자리잡은 수도원 모습입니다. 거대한 바위로 뒤덮인 몬세라트의 풍경이 카사 밀라와 닮아 보입니다.
가사 밀란은 페드로 밀라 이 캄푸스(Pedro Mila i Camps)와 로자리오 세히먼(Rosario Segimon i Artells) 부부의 개인주택입니다. 카사 밀라는 카사 바뜨요와 마찬가지로 2층에 주인 부부가 거처하는 공간이 있고 3층부터는 임대아파트로 되어 있습니다.
평면도를 보면 내부에 원과 타원으로 된 두 개의 채광용 중정이 있고, 이 중정을 중심으로 공간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가사 밀라는 주로 돌이나 벽돌로 기둥을 쌓아 올린 후에 철제로 된 대들보를 가로 질러 완성한 가구식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평면도에서 보시면 중정을 따라 배치된 기둥들과, 건물의 외부면을 따라 배치된 기둥을 가로질러 철제로 된 대들보를 가로질러 배치한 것입니다.
표면은 돌을 조각해서 쌓아올린 것인데, 표면을 덮고 있는 돌은 인근 지역에서 나는 석회암이라고 합니다.
1층 중정의 천장과 벽면에는 유화 물감의 다채로운 색으로 들판을 묘사한 장식이 있습니다. 건물 내부라기 보다는 자연 속 동굴같은 이미지입니다.
굽이치는 파사드의 벽면은 석고 모형을 본따서 제작했다고 합니다. 조각가 카를레스 마니(Carles Mani i Roig)가 1/10 정도의 축소된 석고 모형을 만들었고, 그 모형을 각각의 부분으로 분할해서 그 모형을 보고 석공들이 현장에서 실제 벽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파동은 느낌은 실내에서도 이어지는데, 카사 바뜨요와 비슷하게 실내 천장에도 물결이 흘러가는 듯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카사 밀라는 파동치는 덩어리로 자연의 이미지를 전면적으로 표현했지만, 난간 등에 사용된 철물은 매우 정교하게(하지만 투박한 느낌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해초가 벽면에 달라붙은 듯, 연철로 만들어졌음에도 매우 가볍게 붙어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내부에서도 역동적인 파동은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계단실을 따라 올라가는 물결 무늬와 난간을 장식하는 불규칙하게 구부러진 장식물도 파도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래 사진은 중정의 모형인데, 지하를 덮고 있는 철제 구조물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상층 다락방은 전혀 다른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카탈루냐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벽돌 쌓기 방법을 응용해서 높이가 다른 카테나리 아치(Catenary arch)를 연속적으로 이어서 배치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옥상이 마치 구릉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 가우디와 아치
옥상에는 굴뚝, 환기통, 계단실이 환상적인 조각품으로 만들어져 매우 신비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아래 모형을 보시면 계단실을 중심으로 아래층에 아치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카사 밀라의 옥상에 올라보면 신비로운 느낌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깨진 병을 모자이크처럼 붙여서 만든 머리 장식이 보입니다.
옥상의 한쪽 구석에는 굴속 같은 통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이 통로에서 보면 저 멀리 가우디의 걸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보입니다.
카사 밀라는 자연을 테마로 전체를 구성한 하나의 작품이면서, 또한 그런 자연을 창조한 신에 대한 헌신도 같이 표현했습니다. 파도치는 벽면의 맨 위쪽에는 라틴어가 새겨져 있습니다.
Ave Maria Gratia plena Dominus Tecum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주께서 함께 하시니 기뻐하소서
어떻습니까? 가우디는 동시대에 유행했던 아르누보 건축가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자연에서 얻은 모티프를 거의 전면적으로 추구한 것이 명확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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