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와 아치

가우디는 자신이 태어난 카탈루냐(Catalunya) 지역ㅡ바르셀로나 인근의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들, 즉, 석재나 벽돌, 세라믹 타일을 자신의 건축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다양한 아치를 실험해서 돌과 벽돌로 쌓아 올리고 그 경험을 축적해가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건축물을 만들어냈습니다.

 

가우디

가우디 시대에 유럽은 아르누보 양식이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유럽도시에는 이미 정해진 건축 양식으로 채워진 거리가 많았습니다. 사회적 지위나 권위를 일정한 건축 양식으로 표현했고 건축 교육도 그런 전통양식의 표현기법을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철과 유리같은 새로운 재료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새로운 재료는 옛날식 양식과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철과 유리, 콘크리트가 공장에서 생산되면서 새로운 건축 양식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아치 모양의 다리를 철로 만들 필요도 없고 효율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선구적인 구조설계자들은 현수식 아치교 등을 만들어 내면서 새로운 재료들로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유럽을 휩쓴 아르누보는 기존의 양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양식을 추구했습니다. 아르누보는 새로운 양식의 모티프를 자연에서 찾았습니다. 식물 문양을 본 뜬 계단 난간을 시작으로 평평한 입면에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식물 문양을 장식했습니다.

 

카사밀라 전경

가우디도 이런 시대 상황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아르누보 경향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건축을 추구해나갔습니다. 가우디가 다른 아르누보 건축가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것은 자연에서 얻은 모티프를 거의 전면적으로 추구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다른 건축가들은 자연을 모티프로 했어도 평면적인 입면 장식과 같이 건축의 일부분에만 적용했다면, 가우디는 거의 모든 대상에 자연을 투영했습니다.

 

아르누보 양식을 대표하는 세제션 빌딩(오스트리아 빈). 장식이 없는 평평한 입면에 식물 문양을 장식했다.

가우디는 구조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건축가이기도 했습니다. 가우디는 콜로니아 구엘 단지 안에 노동자를 위한 성당(Church of Colonia Güell)을 계획했지만 그 성당은 지어지지 못했습니다. 가우디는 이 성당에 얹을 돔의 형태를 결정하기 위해 폴리푸니쿨라(Poli-Fuicula; 스페인어로 다중 현수선)라는 장치로 실험했다고 합니다. 카사밀라 최상층에는 가우디가 실험했던 푸니쿨라 모형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끈을 달아매는 방식으로 최상의 현수선을 찾아낸 다음 그 현수선을 뒤집어 노동자를 위한 성당의 돔을 계획했습니다.

 

가우디가 설계한 카사밀라 최상층에 전시된 푸니쿨라 장치

가우디는 고딕 성당에서 추력을 매끄럽게 유도하기 위해 사용된 플라잉 버트레스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고 필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플라잉 버트레스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추력이 생기지 않는 이상적인 돔의 형태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가우디는 밧줄의 양쪽을 고정한 후 다양한 방식으로 무게를 매달아 이상적인 현수선을 찾았습니다.

▶ 고딕 - 리브 볼트와 첨두 아치

가우디가 구상한 노동자를 위한 성당(Church of Colonia Güell) 모형

아쉽게도 이 성당은 완성되지 못했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에 그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돔들은 플라잉 버트레스를 사용하지 않은 대신 라이즈가 높아졌고 따라서 재료도 많이 들어가지만 전세계인들의 경탄을 자아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전경

가우디가 설계한 공동주택인 카사밀라(Casa Mila; Casa가 스페인어로 집이라는 뜻이다)는 물결치는 파사드가 매우 인상적인데, 옥상에 올라보면 높이가 저마다 다른 구릉이 오르락 내리락 펼쳐지는 것처럼 굽이치는 바닥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카사밀라 옥상

구릉 위에는 신비한 모양으로 조각된 돌기둥들이 곳곳에 우뚝 솟아있어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그 바닥을 받치고 있는 아래층의 아치를 보고 있노라면 이 사람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집니다.

 

열지어 서 있는 아치들이 카사밀라 옥상을 받치고 있다.

 

▶ 가우디 - 카사 바뜨요(Casa Batll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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